냄새 잡는 신발장 회의
싫다고 꼭 나쁜 건 아니에요사람들은 저마다 생김새도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모두 달라요.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도 제각각이죠. 맛감각이 예민해서 맵거나 냄새가 강한 음식을 잘 못 먹는 아이들은 맵고 냄새 짙은 음식을 싫어하기도 하고, 피부가 예민해서 거친 옷감 옷을 즐겨 입지 않는 아이들은 청바지와 스웨터를 싫어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편하고 질긴 청바지와 포근하고 따뜻한 스웨터가 모두에게 나쁜 것이고, 모두가 싫어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해요. 서로 다른 상황에 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싫어하는 것은 강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은 함께하려고 노력하죠. 그러나 집에서는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집과 가족은 많은 부분 허용되고, 챙김을 받고, 싫고 좋음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하지만 엄마와 아빠와 형제 간에도 이해가 필요하고 노력하는 만큼 더 화목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워 나가야 합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부모님 직장을 견학하거나 체험하기도 하고, 1일 교사로 부모님이 나서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하기도 해요. 다양한 직업군을 알아 가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엄마 아빠도 아이의 몰랐던 생각과 행동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냄새 잡는 신발장 회의》는 말하는 신발들, 이상한 나라 앨리스처럼 작아진 주인공 꼬랑, 밤마다 열리는 신발장 속 비밀회의라는 판타지적 요소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야기 속 본질로 자연스럽게 이끕니다. 회의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조율하며,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죠. 신발장 회의에 초대된 주인공 꼬랑이 신발들의 불만을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과정 속에는 신발을 사용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아빠 구두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없애 달라는 신발들의 요구에 꼬랑은 아빠 회사를 방문한 뒤 냄새의 원인을 찾고, 신발들이 싫어하는 냄새가 꼭 나쁜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니까요. 누구나 싫은 것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이고 입장일 뿐이죠. 서로를 이해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서로의 상황과 입장을 알고 생각의 틈을 좁혀 나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살아 움직이는 신발들의 흥미진진한 회의와 꼬랑의 의미 있는 고민을 통해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에게 나쁘다는 잣대를 들이민 건 아닌지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 보세요.